[실화] [스레딕] 이름을 지어서도 불러서도 존재하지도 않아야 할 것 - 4편
날짜 : 2017-08-10 (목) 13:11 조회 : 100 신고

나는 엉엉 울고 있었다. 아니 박순자가 울고 있었다고 하는게 더 정확하다. 

나는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박순자가 하는데로 내버려 두고 싶었다. 
어쩌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박순자가 꺼이꺼이 울자 노파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줌마의 조상신이 이야기 하는 것이였는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쿡쿡 찔릴정도로 기가 세다고 해야하나 말에도 짓누르는 무게가 있었다. 

너는 어찌 이 아이의 몸 안에서 해괴한 짓을 하고 돌아다니냐 묻자. 
박순자는 울음을 멈추고 꺽꺽 대는 매이는 목소리로 가까스로 이야기했다. 
제가 한것이 아니에요 저는 그럴수밖에 없었습니다. 라고 말하자 아줌마는 더 큰 목소리로 호되게 호통을 쳤다. 
무슨 이유로 어쩔수 없었다는 것이냐 아무렴 어떤 이유로든 네가 이 아이의 몸속에서 
무슨 원한으로 이러는거냐 라고 묻자. 
박순자는 말을 머뭇거렸다. 아줌마는 틈을 주지 않고 계속 몰아세웠고 
박순자는 더 이상은 안돼! 라고 큰소리로 소리를 질르며 나동그라졌다. 
나역시 같이 나동그라졌기 때문에 몸에 둔탁한 충격이 났다. 
그리고 전기가 통하듯 몸이 찌르르 거렸는데 순간 전날밤과 같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넘어진 순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내 몸에서 내가 튕겨져 나왔다. 
어 하고 내 몸으로 가려고 하자 뭔가에 부딪히듯 막히는 느낌이였는데 갑자기 제자아줌마의 말이 생각이 났다. 
나는 멀리 안떨어지기 위해 손을 잡고 있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내 몸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순간 내 몸에서 검은 연기같은게 너울거렸는데 그것이 갑자기 공중으로 쫙 뻗는것이 보였다. 
당황한 나는 뒤로 몇발자국 사뿐 날아 피했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나도 그 검은 아우라도 보이지 않는가 싶었다. 
아줌마만이 눈빛이 달라졌는데 순간 내 손이 내 목을 스스로 조르는 것이 보였다. 
주위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어쩔줄을 몰랐는데 
할수있는 방법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선월이 내 몸으로 다가가 억지로 목에 있는 손을 때려고 다가갔는데 내 몸이 무시무시한 힘으로 선월을 밀쳐내서 
나동그라졌다. 안되겠는지 아줌마가 내 몸을 버드나무로 쎄게 후려치니 잠시 비틀거리며 손이 풀리기에 
나는 내 몸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내가 몸으로 다가서자마자 빨려들어가듯 몸에 들어갔는데 그뒤로는 기억이 나지않는다. 

눈을 떴을때는 시간이 꽤 지나있었다. 
아줌마도 지쳤었는지 제자아줌마와 선월이 부축하고 있었고 내 옆에는 장군할머니가 계셨다. 
머리가 어질거렸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할머니가 건내준 물한잔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다 끝난것이냐 물었다. 
장군할머니는 말이 없었고 깨어난 나에게 선월이 다가오자 할머니가 벌떡 일어서더니 
아줌마에게 다가가서 다짜고짜 호통을 쳤다. 기운이 다 빠졌으면 두놈 보내고 다음에 할 것이지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왜 거느냐고 난리를 쳤다. 
까딱하면 나도 죽고 아줌마도 죽을뻔 했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나는 영문도 모르고 쫄아있을 뿐이였다. 
그날 의식은 일단락 된듯 하여 파 하는 분위기였는데 다들 얼굴 표정이 어두워보였다. 
나는 조급한 마음에 선월에게 불어보았으나 선월도 대답을 하지않았다. 
일단 들어가서 좀 쉬라는 말만 하고는 선월이 날 부축해서 집안으로 데려갔고 
제자아줌마가 내가 자리에 눕자 따듯한 차를 한잔 내왔는데 너무 써서 먹지를 못하고 뱉어내자 
다 먹어야 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 거리며 억지로 들이키라 했다. 
나는 오만상을 쓰며 그것을 다 마시곤 쓴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하나둘씩 집안으로 들어왔다. 
도와주시는 분들만 밖에 남아 이것저것 정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방안에 누워 거실에 모인 아줌마와 선월 장군할머니의 말소리에 귀를 귀울였는데 다들 아무말이 없었다. 
제자아줌마는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조용히 있으라는 제스춰만 취하고는 거실로 나갔다. 

한참이 지났을까 선월의 말소리가 들렸다. "보통 어려운게 아닌것 같네요" 
장군할머니는 여전히 격앙된 목소리로 
"그러게 이기지도 못할걸 괜히 건들여놔서 이 사단이 난것 아니냐 못난 년아" 라고 이야기했다. 
아줌마는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선월은 장군할머니에게 이일을 어찌 처리하면 좋겠냐고 조곤조곤 물었고 
장군할머니는 쨍 하는 말투로 "어쩌긴 뭘 어째 이판사판으로 가야지 달래긴 글렀다!" 라고 소리쳤다. 
다시 거실에 조용한 침묵만이 흘렀고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레주 나와보거라" 
나는 기다렸다는듯이 벌떡 일어나 나가니 아줌마가 앉으라는듯 방바닥을 톡톡 쳤다. 

나는 선월 옆에 앉아 어찌된 일이냐 물었다. 
아줌마는 미안하다며 자신이 일을 좀 어렵게 만든것 같다며 빠른 기일내에 다시 일을 치뤄야 할것 같다고 했다. 
내가 정신을 잃었을때의 일을 말해주었는데 내가 들어오고 나서 내 몸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는데 
눕자마자 아줌마가 내 몸을 발로 밟고 박순자를 불러내었더니 나오라는 박순자는 안나오고 그것이 튀어나와서는 
가래끓는 소리로 발을 치우라고 소리를 질러대는데 아줌마는 더욱 더 힘을 주고 
내 몸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쳤더니 그것이 분에 몬이겼는지 벌떡 일어나서는 아줌마를 밀치고 목을 조르더니 
아줌마도 죽이고 나도 같이 죽일거라며 온몸에서 살기를 뿜어내는데 
기운이 빠진 아줌마가 그걸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고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내 몸을 졸랐던 손은 그것이였다. 
박순자의 입을 막기 위해서 였는지 그것이 튀어나온것 같았다고 했다. 
아줌마의 한방에 세가 조금 꺾이는 찰나에 내가 들어와서 그나마 힘이 약해진 것이여서 
그틈에 일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보통 녹록치않은 것이여서 역습을 당한것이라고 
아무래도 예상보다 더 강한 원귀라고 했다. 
아줌마가 체력이 딸린 상태라 더 그랬건것이라고 본인 잘못이라고 하며 말을 더 잇지 못하시길래 
아줌마 잘못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나도 예상치 못하게 몸에서 튕겨나가고 어쩔줄을 몰랐다고 
몸에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수가 없었는데 아줌마 덕에 다시 들어간것이라고 오히려 고맙다고 얘기했다. 
다시 몸을 추스르고 다시 하자고 이야기 하니 아줌마가 생긋 웃었다. 
스레주 참 많이 강해졌다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일내에 다시 일을 치룰거니 그때까지 수련을 더 하시겠다고 했다. 

아줌마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장군할머니가 입을 떼셨다. 
스레주 너는 내일부터 밥 많이 먹고 정신 좀 똑바로 챙기라며 그렇게 몸에서 자꾸 떨어져 나갔다간 
두번 다시 못들어 온다며 니몸을 니가 나가서야 되겠느냐 라고 호통을 치셨다. 
나는 눈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하고는 쭈그러져 있으니 
아줌마에게 너는 내일부터 나하고 산에 좀 가서 기도좀 더 하고 와야겠다 하고 
선월에겐 아줌마가 없는동안 나를 잘 보살피라고 하셨다. 
선월은 말없이 엷은 미소로 대답을 했고 장군할머니는 다시 이야기 했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일에 좀 끼어야겠다며 
한심한 것들끼리 놔두니 뭔일이 되겠냐며 혀를 쯧쯧 차셨다. 
아줌마와 선월은 깜짝놀란 표정으로 할머니를 쳐다보았고 뭘 그리 쳐다보냐며 소리를 빽하고 지르니 
제자아줌마만 빙긋이 웃을뿐이였다. 장군할머니는 그렇게 이야기하곤 방에 들어가버리고 아줌마도 씻으러 가셨다. 
선월은 나에게 방에 들어가자며 일으켜 세우더니 자리에 눕히고는 내가 잘때까지 곁을 지켰다. 

잠이 잘 들지 않아 뒤척거리는데 선월이 왜그러냐고 물었다. 나는 선월에게 내가 왜 몸에서 튕겨져나가는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안튕겨져 나가는지 물었다. 
나는 특수한 경우라 그런데 영가가 하나가 아니고 둘이라서 자꾸 그러는거라고 했다. 
게다가 그것이 내 기를 빨아 세가 아주 큰놈이라 어찌보면 니몸이 니 전부의 소유가 아니라며 아까처럼 의식중에 
영가가 튀어나올때 내 세력이 가장 약해지는데 그때 자신을 놓게 되면 그런 경우가 생긴다고 하길래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까 박순자가 나왔을때 내가 문득 박순자가 하고싶은데로 하게 두자 하고 
맘을 놓고 있었던게 생각이 났다. 박순자는 악한 영가가 아니라며 방심하고 있던게 잘못인거 같았다. 
박순자가 폭주했을때 그것이 튀어나오면서 내가 튕겨져 나갔을거라고 추측했지만 
선월에겐 그냥 이야기 하고싶지 않았다. 말하면 왠지 좋은소리 못들을것 같아서였다. 
다음부턴 어떻게든 정신차리고 있어야지 하는 다짐 뿐이였다. 
선월은 그런 날 보며 나는 다 안다는 표정으로 느긋이 바라보고 있었고 
어서 자라며 이불을 발끝까지 덮어주며 뒤돌아 눕길래 선월의 너른 등을 보고있자니 뭔가 안도가 되서 
잠이 스르륵 들었다. 너무 힘든 하루였었는지 기절한것처럼 어떻게 잤는지를 모를정도였다. 

아줌마와 할머니 일행은 봉고차를 타고 산에 가셨고 남겨진 우리 넷은 무료하게 시간죽이기를 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스텐샷시에 걸터앉아 마당에서 나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나오셨다 
세수를 하러 마당 수돗가에 나오신듯 해서 오빤 뭐하냐고 물으니 어제 후유증이 컸는지 아직도 누워있다고해 
걱정이 살짝 들었지. 방문을 열어 오빠를 나지막히 부르니 돌리고있던 등이 움찔하는게 보이길래 
안자면 잠깐 나오라 하니 부스스 일어났다. 

근처 약수터가 있다고 하기에 그곳으로 물을 뜨러 걸어가자 하고 오빠를 데리고 굿당을 나섰다. 
오빤 얼굴이 영 초췌하고 푸석했다 반신반의 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서  쇼크가 컸나보더라. 
특히 자신의 어머니가 영가가 되어 내 몸에서 튀어나오고 나를 상처입혔다는 것도 
피할수 없는 악몽이였을거라고 생각하니 여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난 먼저 오빠에게 말을 걸어 그마음을 좀 풀어줄까 생각이 들었는데 오빠가 먼저 이야기를 건냈다. 

쭈삣쭈삣한 말투로 "너 참 많이 힘들겠다 생각했어." 하고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생긋 웃으며 별로 안힘들다 했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오빠의 엄마도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거라고 얘기했는데 
오빠의 표정이 더 좋지 않아졌다. 
나는 그런 오빠에게 말하지 못했던 그제 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박순자는 악한 영가가 아니라며 오빠와 아저씨를 보며 그리 슬피 우는데 내 마음이 다 아플정도였다고 
분명 불가피한 이유가 있을테니 실마리가 풀릴때까지는 엄마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건 조금 기다려보자 했다. 
오빠는 나를 힐끗 보더니 어린 아이답지 않다며 자신보다 더 누나 같은 말만 골라한다고 했다 

원래 내 불우한 이야기를 남에게 하는걸 꺼려했지만 왠지 오빠한테는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지난 이야기를 쭉 해줬는데 오빠의 얼굴은 복잡미묘한 감정이 뒤섞인듯 했다 
얘기가 길어져서 인지 우리는 약수터는 온데간데 없이 엄청 외딴곳으로 걸어갔는데 작은 돌무리가 보였어. 
그건 동네주민들이 해놓은건진 모르겠지만 소원을 빌때 쓰는 돌무더기 탑이였다. 
나는 너른 돌과 작은 돌들을 집어 하나둘씩 쌓기 시작했고 오빠도 그런 나를 보면 따라했다 
둘이 작은 탑을 하나씩 만들어 조용히 기도했다 
나는 어서 이 모든 악몽이 끝나길 
기도하곤 마지막 작은 돌을 하나 올리고 뒤돌아섰는데 오빠가 말했다. 
무슨 소원빌었냐고 묻길래 난 비밀 이라며 웃었고 오빠는 그런 내 뒤에 대고 이야기했어. 
"난 너와 우리 엄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1주일남짓 지나서 아줌마 일행이 돌아왔다. 
난 그동안 그 무엇에게도 시달리지 않았고 장군할머니 말대로 밥도 잘먹고 산에도 다니며 체력을 키웠다. 
그 며칠사이에 뭔 장족의 발전이겠냐만은 그땐 그런듯 했다. 오빠와도 사이가 아주 돈독해졌는데 
남매처럼 잘 지내서 아저씨와 선월이 꼭 친남매 같다며 흐뭇해 하셨던거 같다. 
돌아온 아줌마도 장군할머니도 한결 분위기가 부드러워진것이 그 호랑이 같던 장군할머니가 
어린것들이 벌써부터 정분이 나려고 저지랄들이라며 훈계조의 농담을 던지시기도 하고 
그덕에 다들 언제 딱딱하게 인사치례만 했던 사이였냐는듯 하하호호 웃으며 서로를 반겼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짐풀세도 없이 우리를 모아 놓고 이야기를 하실게 있다며 말씀하셨다. 
아줌마는 3일 후부터 다시 식을 진행할것인데 이번에는 천도굿이 아닌 퇴마굿을 할것이라고 하셨다. 
강도도 쎄고 엄청 힘든 의식이라 내가 제일 힘들거라고 걱정했다. 
나는 이미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그게 얼마나 힘들지 상상조차 가늠할수 없었기에 
힘내겠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했지만 왠지 무서운건 어쩔수 없었는지 손에 땀이 흘렀다. 

장군할머니는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게 식을 진행하는 내내 집중하라고 당부하셨고 
행여 내가 무슨일이 생기거나 할때를 대비하여 선월과 제자아줌마에게 나를 챙길것을 신신당부 하셨다. 
선월은 웃음기가 쫙 빠진 얼굴로 그러겠노라 했고 오빠와 아저씨는 본인들이 할일이 없겠냐고 물으니 
그냥 잡다한 일이나 도우라며 심드렁하게 말하시곤 내일부턴 바빠질테니 다들 오늘은 푹 쉬라며 방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그때부터 긴장이 많이 됬는지 마른 침이 다 삼켜지는데 오빠가 그런 내 모습을 봤는지 
걱정말라며 어깨를 툭툭 쳤다. 선월은 뭔갈 준비할게 있다며 종로에 좀 갔다오겠다고 하기에 
나랑 오빠는 나도 가겠노라 서로 이야기 했는데 선월은 그냥 여기 있으라며 나갈채비를 했다. 
풀이 죽어서 나와 오빠는 각자 방으로 들어갔고 난 이런저런 생각들 하다 낮잠이 들었는데 꿈에 박순자가 나왔다. 
박순자의 몰골은 흉하기 그지없었는데 다급한듯 나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했지만 입이 문드러져 있었다. 
그래서 뭐라는지 알아들을수가 없었는데 손짓으로 마당을 가르켰다. 
마당에는 큰 돼지가 한마리 있었는데 그걸 죽이라는 뜻 같았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물으니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꿈에서 깼고 밖은 아주 깜깜한 것이 저녁때가 된듯했다. 

방문을 열어보니 선월이 짐을 분주히 풀고 있었다. 부적을 쓰는 노란종이에 연지같은 염료 등 잡다한 것이 
쏟아져 나와서 이게 뭐냐물으니 내일 필요한 것이다 라고만 했다. 
난 그것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물어보는걸 그만두고 선월에게 박순자 꿈을 꿨다며 꿈얘기를 쭉 하니 
선월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선월은 이내 뭔가 생각이 난듯 장군할머니의 방으로 가서 두분이서 한참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는 
선월은 아줌마가 있는 방으로 또 들어가서 한참동안 나오질 않았다.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나 궁금해서 방문에 귀를 갔다 댔는데 그때 선월이 나왔다. 
부적을 써야되니 방해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해서 그럼 내방으로 들어가 쓰라고 하곤 오빠 방으로 들어가서 
아저씨와 오빠랑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 새벽쯤이 되서야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서 선월이 굿당 이곳저곳에 새끼줄을 치고 땅 몇군데에 못을 박았다. 
못엔 노란종이가 감겨있엇는데 부적인듯 했다. 선월은 못을 박은 주위에서 잠시 서성이며 
뭔갈 중얼중얼했고 또 다른곳에 같은행동을 반복했다. 
장군할머니가 나와 그걸보더니 일이 다 끝나는 대로 연락해두었으니 가서 가지고 오라 하였다. 
선월은 대충 말하는 장군할머니의 말씀도 콩떡같이 알아들었는지 짧게 네 하고는 여전히 분주했다. 
장군할머니는 나에게 그러고 서있지말고 방에 들어오라하셨다. 할머니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니 
뭔갈 주섬주섬 꺼내 손에 쥐어주셨는데 가느다랗고 빨간 새끼줄이였다. 
손을 내라 하시더니 새끼줄을 새끼손가락 끝에 돌돌 감아 매듭을 묶고는 절대 빼지말라고 하셨다. 
식중에 내가 잘못됬을때를 대비하는 거라고 하시며 나가보라고 했다. 

다시 나가보니 할머니의 심부름을 갔는지 선월이 없었다. 선월이 박은 못 주변으로 살그머니 가서 
뭔지 보려고 손을 가져다 댔는데 손을 대는 순간 타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깜짝놀라 앉은채로 뒤로 넘어졌다. 
어떤 장치도 없었는데 감전이라도 되듯 뜨겁고 쩌릿한 충격때문에 
얼얼한것이 전기충격기가 그런 느낌인가 했다. 
겁이 나서 그 근처는 갈 엄두를 더이상 못냈는데 마침 오빠가 나와서 뭘하냐 물었다. 
나는 방금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고 오빠는 그럼 나도 한번 볼까? 하며 다가가기에 
만류를 해도 겁 없이 손을 댔다. 내가 더 깜짝놀라 눈을 질끈 감았는데 오빠는 아무렇지 않은듯 
이게 뭐? 하며 유유히 걸어갔다. 오빠에겐 아무런 충격이 없었던것 같은거 보니 
나에게만 적용되는듯 싶었다. 
아니 내 안의 것들에게 라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얼마후 선월은 커다란 돼지를 한마리 데려왔다. 
왠 돼지인가 했는데 꿈에서 박순자가 말했던 그 돼지 때문인듯 했어. 그게 뭔가 도움이 됐을것이 분명하니 
장군할머니가 선월에게 심부름을 시켰을거라는 오빠의 얘기대로 그 가엾은 돼지는 다음날 명을 달리했다. 
선월이 곳곳에 못질해논 부적과 새끼줄 사이로 지난번보다는 조금 협소한 상차림이 마련됬다. 
멍석을 깔고 그 위에 멍석을 한겹 더 깔고는 묶어둔 돼지를 올려놓고 그 옆에 내가 앉았다. 
아줌마는 화려한 차림은 벗어두고 아주 수수한 감복을 입고 나왔고 
할머니는 백발과 잘 어울리는 하얀 두루마기 같은 옷을 걸치고 나란히 섰는데 
장군할머니의 모습이 흡사 신선 같았다. 

얼마가 지났는진 모르겠지만 꽤 오래 그렇게 있었던것 같다. 그렇게 시간을 더듬는 사이 
갑자기 뜨거운 뭔가가 아랫배에서부터 목구멍까지 한번에 쑤욱 올라와서 탁 걸리더니 우웩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갈 토해냈다. 구토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세상이 환해지고 아까와처럼 다시 모든 감각이 살아났다. 
눈을 제대로 뜨곤 토해낸 자리를 보았는데 신기하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옆을 보앗는데 시커먼 털뭉치 같은 것이 내 옆에서 빙글빙글 돌고있어서 깜짝 놀라 넘어졌다. 
넘어짐과 동시에 그 털뭉치가 내 몸쪽으로 순간 날아들어 깜짝놀라 눈을 질끈 감았는데 
텅 하는 둔탁한 느낌이 나더니 나와 털뭉치가 동시에 나가떨어졌다. 
나는 가슴을 맞아 켁켁 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그 털뭉치는 그대로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다 
다시 내쪽으로 날라들었다. 방금전 처럼 똑같이 튕겨지곤 약이 오른것처럼 털뭉치가 푸르르 떨더니 
이내 크게 변했다. 얼마전 의식에서 내가 내몸에서 떨어져나갔을때 보였던 검은연기 같은 아우라가 
그 털뭉치에서 뿜어져나오더니 갑자기 엄청난 크기로 커지는걸 보았다. 

둥둥 북소리가 나고 아줌마가 워밍업 식으로 천천히 방울을 흔들며 뛰기 시작했다. 방울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무구 소리들이 요란해지니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가슴이 빨리 뛰고 귀가 멍하더니 몽롱해지는것 같았어. 
머릿속에서 삐이ㅡ 하는 소리가 나고 식은땀이 계속 흘렀다. 걱정스러운 모습의 선월이 흐릿하게 보일때쯤 
몸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흡사 불덩이가 내 몸안을 휘젖는 느낌이였는데 
주위에 그 요란한 굿의 소리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을 정도로 내 머릿속은 고요했고 온몸은 용암을 삼킨듯 
점점 타들어가서 괴로운데 손끝하나 움직이지 못할정도로 무기력했다. 
눈 앞에 뿌얀 무언가가 내 머리를 내리치는 모습이 보였는데 형체는 아줌마인듯 했지만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뭐라고 하는지 입을 뻥긋거리는걸 보려고 애를 써도 전혀 알수없을 지경이 되서 포기했다. 

그건 크기가 커진것이 아니라 몸을 찌그러트리고 있다가 몸을 피면 몸이 커지는것처럼 보이는 것이 맞았다. 
털뭉치가 몸을 쭈욱필때마다 시커먼 연기가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는데 지독한 악취와 함께 였다. 
나는 그 익숙한 냄새로 내 몸에 기생하는 그것임을 확신했다. 
그것과 조우하는 순간 그동안의 다짐이 다 무너져내리는 공포로 덜덜 떨 뿐이였다. 
머릿속엔 온통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였지만 몸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그것이 다시 나에게로 돌진해왔고 나는 무기력하게 그것에게 내 몸을 내주게 되었는데 
쑤욱 하며 혼이 밀려나가는것 같더니 이내 몸으로 다시 돌아왔다. 
새끼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장군할머니가 손가락에 해준 붉은 매듭이 눈에 들어왔다. 
그 매듭이 뭔가 제대로 역할을 한게 아닐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것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고막이 찢어질 정도로 괴성을 지르며 씩씩 거리더니 털뭉치 사이로 뻘건 눈알을 드러냈다. 
그것인지 박순자인지 모르겠지만 그전에 몇번씩이나 봤을때는 구멍이 뻥 뚫렸거나 
줄줄 흐르도록 문드러진 모습이였는데 그렇게 소름끼치도록 뻘건빛이 나는 눈은 처음 보는 것이였다. 
희번득 거리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그륵대는 목소리로 크게 '죽인다' 라고 소리치며 다시 달려들었다. 
순간 쩡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 빛이 번쩍하더니 그것이 순간적으로 피하는것이 보였는데 
그것은 빠른 속도로 이곳저곳을 날아들더니 고개를 180도로 꺾어 뒤를 돌아본 순간 사라졌다 

사라진 그곳에는 가지런히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아줌마가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것과 나만이 
그 공간안에 있었던거 같은데 내가 정신이 나갔다가 돌아온건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들은 그자리에 그대로 였다. 
감각이 돌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모든것은 그 당시에 제자리로 다 돌아온듯 했다. 
아줌마는 숨도 쉬지 않는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는데 그런 아줌마를 뒤에서 장군할머니가 내려다보고 서서 
가만히 계실뿐이여서 난 마음이 다급해져 아줌마를 도와야한다고 소리치려한 순간 
그 찰나 아줌마의 눈이 번쩍 떠졌다. 

아줌마의 눈은 붉은빛으로 번뜩였고 나는 그것이 아줌마에게 붙었다는걸 직감 했다. 
뭔가 잘못됬다 생각에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아줌마가 아니 그것이 스윽 일어나서는 부자연스러운 몸짓으로 
한발. 목을 잠시 비틀더니 또 한발을 내딛고는 기름칠 하지않은 로봇의 머리가 돌아가듯 
까드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아줌마의 머리가 돌아갔다. 
머리가 향한 곳은 장군할머니 쪽이였다. 
아줌마의 몸인데도 그렇게 정 반대로 목이 돌아간다면 아줌마는 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오금이 저렸다. 
장군할머니는 아무일도 아니라는듯 아주 침착하고 평온한 표정이셨는데 
눈가에 번뜩이는 안광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그것이 장군할머니를 바라보고는 가래끓는 목소리로 큭큭 거리더니 
"할매가 안되니 영감이 나왔네?" 하며 이죽 거렸다. 

장군할머니의 눈썹이 잠시 씰룩 거렸지만 아무일도 없듯 조용히 입을 떼셨다. 
"네 이놈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는것이 겁대가리를 상실한 잡귀놈이 분명하구나" 라고 하자 그것이 
여전히 이죽거리는 말투로 장군할머니를 계속 조롱했다. 침착함을 잃지 않고 천천히 그것에게 
'도대체 무슨 원한으로 이런짓을 하느냐' 라고 물으셨는데 
그것의 대답은 아주 예상밖으로의 황당한 대답이였다. 
"재밌어서." 
장군할머니의 눈이 번뜩였는데 아주 화가 많이 난듯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것이 자랑스러운냥 이야기를 했는데 시초는 박순자의 아들, 즉 오빠였고 오빠를 따라 앞서 간 친구들과 셋이 
집에 왔는데 마침 집에는 박순자가 마련해논 귀신상이 있었다고 했다. 
그 상은 박순자가 내 집마련을 하고 나서 어디서 줏어들은 풍월로 터주신에게 인사를 올리는거라며 상을 차렸는데 
그것이 제대로 정성을 올리는 상이 아니라 잡귀들 먹고가는 상차림처럼 허술함에 터주신에게 인사는 커녕 
오히려 화만 불러 일으켜 객귀가 셋이나 왔는데도 쫒지않고 그냥 놔둔 모양이였다. 
그 귀신상에 배불리 먹고 그집 안방 눌러서 신나게 노니 평소 기가 약한 박순자는 급살을 맞아 죽었다고 이야기하며 
연신 키득대는데 갑자기 아줌마의 얼굴에 심한 경련이 일더니 흉하게 일그러졌다. 
뭔가 계속 싸우는듯 몸이 계속 뒤틀리며 심하게 괴로워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워 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괴로움에 몸부림 치던 아줌마의 몸이 갑자기 허리가 딱 꺾이더니 천천히 머리를 들어올렸다. 
어깨가 조금씩 들썩 거리더니 흑흑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알수없는 상황에 혼란스럽기 시작했는데 울음을 훌쩍 거리는 아줌마에게 장군할머니가 나지막히 
박순자의 이름을 부르니 떨리는 몸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것과 싸워서 박순자가 몸으로 나온 모양이였는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아줌마의 눈은 붉은빛이 아닌 잿빛으로 변했는데 그것이 박순자라 확신했다. 
박순자가 제일 먼저 이야기 한 것은 '도와달라' 였다. 
그러면서 그것의 뒤를 이은 이야기를 더 했는데 이야기하는 중간중간 괴로운 표정이 왔다갔다 하는게 
그것에게 방해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이야긴즉슨 본인이 급살을 맞아 죽고 그 억울한 한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안방에 그놈들 셋이 있어서 그 등쌀에 
못이겨 쫒겨나 문앞에서 며칠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그중의 한놈 손발이 양쪽 다 없고 
가슴이 다 찢긴 흉악하게 생긴것 하나가 다가오더니 
집에 머무는 조건으로 시키는데로 하지 않겠냐고 했는데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한다 

구천을 떠도는것도 모자라 그런 악한 놈들에게 당할수는 없어 몇번이나 노력했지만 힘이 없는 박순자는 
번번히 실패했고 문밖을 나서는 아들의 모습은 어깨에 머리가 덜렁대거나 으깨어진 놈들이 
붙어 나가는걸 보곤 했는데 억장이 무너져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 갈수록 초췌해지는 남편의 모습까지 볼때면 세상이 다 무너지는 마음이였고 그럴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다고 
결국은 그것에게 굴복하고 집안 한구석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그곳이 장롱 한구석에 있는 아들의 선물 즉 열쇠고리였다고 했다. 
그것은 야망같은게 있었는데 구천을 떠도는것도 성불하는것도 싫고 생전처럼 육체를 가지길 원했다고 한다. 
힘을 키우기 위해 이런저런 것들을 해야했는데 손발이 없어 박순자를 시켜 고양이등 
미물들의 혼을 먹기 시작했는데 늘 양에 차지 않아서 화를 내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자신의 아들과 남편을 노리는 놈들이 무서워서 원하는데로 계속 시키는 일들을 했는데 
어느날 장농이 다른집에 가게 되었다고 

그때가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그것들이 모여 이야기를 했는데 두놈은 집에 들어앉아 박순자를 이용할동안 
허튼짓을 못하게 아들과 남편을 볼모로 잡고있기로 했다고 한다. 
박순자는 떠나기 싫었지만 모든일이 다 끝나면 순순히 그집에서 떠나기로 약속했고 
아들과 남편에게는 절대 해를 끼치지 않기로 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장롱이 첫번째로 옮겨진 곳에서 여자 하나를 희생양으로 삼았고 
조금 힘을 키운 그것이 우리집으로 오게 된 경로 였다. 
나는 기가막혀 입이 떡 벌어졌는데 이야기를 더 하려는 박순자가 갑자기 몸부림을 쳤다. 
아줌마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는데 코에서 피가 쏟아져나오고 눈알이 빠질듯 커졌다. 
아줌마의 몸이 부러질것처럼 못이겨내자 박순자가 순순히 사라진것 같았다. 
아마도 아줌마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였을것이다. 
본인이 버틸수록 고통스러운건 아줌마의 육체일테니까 

박순자가 들어갔지만 아줌마의 몸은 여전히 고통스러웠다. 중간중간 아줌마의 의식이 돌아오는것 같았는데 
아마도 그것과 싸우는듯 싶었다. 점점 얼굴이 하얘지고 지쳐갈때쯤 그것이 튀어나왔다 
그것도 기력을 많이 써서 지쳤었는지 많이 쇄한 느낌이 들었는데 
장군할머니가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뭔가 결심을 한듯 주먹을 꽉 쥐었다. 
장군할머니가 상쪽으로 성큼성큼 가더니 커다란 창을 꺼내왔다. 
창은 아주 길고 날이 푸르게 서있었는데 마치 삼국지에서 나올법한 모습이였다. 
창엔 용이 전체를 휘감은 장식이 있었는데 할머니가 그 창을 드니 기세가 엄청나지는게 느껴졌다. 
위압감에 난 목덜미가 소름이 끼치도록 오한이 들었고 그것도 순간 움찔하는듯 했다. 
장군할머니는 잠시 부들 떨며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모습은 그대로 였지만 할머니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번쩍 뜨니 마치 본적은 없지만 부리부리한게 용의 눈 같았는데 할머니의 천천히 말하던 입에선 
근엄한 중년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뼈를 시리게 했는데 
너무 말의 무게가 무거워 정신이 혼미해져 무슨 말인지 들을수가 없었다. 
내가 잠시 비틀거리는 찰나에 아까와 처럼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아줌마의 몸을 허공에서 베는 창의 모습이 보였다. 
헉 하는 소리와 함께 아줌마가 멍석 위로 풀썩 쓰러졌고 그걸 보는 내 눈앞에 다시 시커먼 털뭉치가 
갈라진 배의 내장처럼 쏟아져나왔다. 
그것은 괴로움에 몸부림 치듯 발광을 했는데 푸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날았다. 
순간 선월이 어디선가 뛰어와서 손을 합장하고 낮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는 듯한 행동을 했는데 
끼아아악 하는 괴음이 들리더니 그것이 허공에서 비틀거리며 떨어졌다. 
몸이 점점 타들어가는 것처럼 연기가 산화 되는듯 모습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그럴때마다 공중으로 낮게 
튀어올랐다가 떨어지길 반복하더니 있는 힘을 짜낸듯 허공으로 날아올라서 갈팡질팡했다. 
그러다 뭔가를 보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기 시작했는데 묶여있던 돼지로 향했다 

아마도 선월이 해놓은 부적이 붙은 못이 결계같은 역활을 했던건지 그것이 뭐에 갇힌듯 갈팡질팡하다가 
돼지로 뛰어든거 같은데 돼지의 몸에 들어간 그것도 내 몸이나 아줌마의 몸에 들어갈때처럼의 기세가 없었는지 
꿀럭꿀럭 하며 돼지의 구멍이란 구멍에 다 세어들어갔다. 
아줌마는 여전히 쓰러져 있었고 선월은 돼지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돼지가 심하게 발버둥을 치자 네발을 묶은 끈중에 앞발 쪽이 풀리기 시작했다. 
일어나서 도망치려 했지만 뒷다리가 묶여서 이내 쓰러졌고 선월이 돼지의 코를 잡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치자 
돼지의 입에서 끄륵 하는 가랫소리가 났다. 그것이 돼지에 들어 나는 소리였다. 
장군할머니가 그 연세에 걸맞지 않게 쐐기처럼 날아들더니 그 큰 창으로 한번에 돼지의 목을 내리쳤다. 
푸악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피가 공중으로 샤워기처럼 쏟아져 나왔고 내 몸이며 그 근방에 온통 피바다 였다. 
멍석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때쯤 돼지는 목이 잘린채로도 한참을 발버둥 치다가 이내 축 늘어졌다. 
죽은 돼지의 잘린 목에서 스물스물 검은 액체가 쏟아져나왔는데 선월이 그 물위에 검은재를 뿌렸다. 
재를 뿌리자 스스스 하는소리와 함께 그 검은액체가 공중으로 흩어졌고 그게 끝이였다. 
나는 돼지의 잘린 목 과 내 몸에 묻은 피 때문에 그자리에서 졸도 했고 깨어난건 이틀 뒤였다. 

나는 잠을 자고 있었을때 꿈을 꾸었다. 
꿈에는 박순자가 나왔었는데 표정이 아주 평안해 보였고 예쁜 한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박순자는 왠지 말이 없었다. 나는 몇번이나 말을 시켜보려 했지만 내 목소리도 나오질 않았다. 
난 아직 궁금한게 많은데 처음 그것과 조우한 날 어떻게 나에게 나타나게 된건지 
나는 왜 쉽게 죽지않았는지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이 너무 많은데 물어볼수가 없었다. 
그저 편안한 표정의 박순자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사라지듯 없어지는걸 본게 다였다. 
이윽고 이어진 꿈에는 아주 큰 산이 두개가 있었는데 희안하게도 
크 큰산 양쪽 봉우리를 기둥삼아 그네가 매달아져 있었다. 
그 그네에 갑자기 내가 타 있었는데 한발을 크게 구를때마다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너무 재밌어 더 크게 발을 굴렀는데 한참을 올라가자 멀리 큰 강이 보였다. 
강에는 작은 나룻배가 있었고 나는 카메라 줌인을 하듯 그 먼 강과 나룻배가 점점 선명하게 보였고 
나룻배에 누군가가 타고 있는것도 보게 되었다. 
그 누군가는 나에게 팔을 크게 휘저으며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려고 눈을 찌푸리자 
점점 얼굴이 보였다. 아줌마 였다. 
아줌마는 정말 환한 얼굴로 나에게 팔을 크게 흔들며 인사했다. "우린 다시 만날꺼니까!" 
아줌마가 처음에 날 만났을때 했던 인사였다. 난 너무 반가워 나도 손을 크게 흔들며 인사했다. 
난 너무 기뻤는데 이상하게도 눈물이 계속 났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고 
축축한 느낌에 눈을 떴다. 
난 굿당의 내 방 천정을 보고 있었다. 

방에는 나 혼자 뿐이였고 잠시 멀뚱하게 있었다. 순간 뭔가 쎄한 느낌에 부리나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급격한 어지러움에 이내 쓰러졌다. 쿠당탕 하는 소리를들었는지 방 밖에서 여러 발소리가 들렸다. 
방문을 부셔지듯 열고 제일 먼저 들어온건 오빠였다. 
오빠는 나를 보자마자 끌어안고 울기시작했고 오빠의 뒤를 이어 선월과 제자아줌마 장군할머니가 들어왔다. 
나는 해맑게 웃으며 아줌마는요? 했는데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뭔가 잘못됨을 느껴서인지 나도 아무말을 하지 못한채 그대로 멍하게 있었다 

난 한동안 아무말도 할수없었다. 
모두 검은 상복차림이였고 뒤늦게 들어온 아저씨의 표정이 확실한 답이였다. 
어째서인지 묻지 않았다. 
무조건 나때문이니까 왜 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 표정을 보고 다들 하나 둘 눈을 피했다. 
장군할머니만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안광이며 서슬퍼런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자식잃은 어미의 흐트러진 모습만이 장군할머니의 전부였다. 
할머니는 덤덤한 말투로 나에게 짧게 한마디 한 후 밖으로 나가셨다. 
"딸년 있는 곳이 제일 좋은 곳이니라" 
선월은 그말을 듣고 나지막히 흐느꼈고 아저씨도 오빠도 제자아줌마도 울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울음이 나지않았다. 이상했다. 

굿당은 장례식장으로 변해있었다. 상복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가니 많은 사람이 와있었다. 
분주하게 음식을 나르는 사람들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우는 사람들 
모두 아줌마를 배웅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였을테지. 
나는 그때까지도 실감하지않았다. 아줌마는 이제 없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영정사진을 모신곳으로 걸어갔다. 내가 쓰러질까 오빠와 선월이 부축했지만 난 꼿꼿히 잘 걸어갔다. 
난 두번 절을 하고 향을 꽂곤 맥없이 주저 앉아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아줌마는 오랫동안 사진을 찍지 않았는지 아주 젊었을때 예쁜모습의 사진이였다. 
그 예쁜모습 그대로 딸이 있는 곳으로 갔겠지? 
그 업이라는거 이렇게 풀고 가셔야했던걸까? 왜 하필 나때문에? 라는 의문을 내 자신에게 던지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딸이야? 라며 웅성거릴 정도로 울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3일장이 끝나고 아줌마는 딸이 있는 선산으로 옮겨졌다. 딸은 화장을 해서 선산에 묻었다고 했다. 
아줌마도 똑같이 화장해 딸 바로 옆에 묻혔다. 그곳에서 아주 행복하리라 믿는다. 

그 후로는 난 더이상 시달림을 받지않았고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이 모든것이 아줌마의 덕이다. 
그리고 장군할머니. 선월. 제자아줌마. 아저씨. 오빠. 박순자의 덕이기도 하다. 
오빠와 아저씨를 제외한 다른분들은 연락하지 않는다. 
어디에 계신지도 모른다. 
그것이 서로를 위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오빠는 지금의 남편이, 아저씨는 이제는 돌아가신 시아버지 박순자는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되었다. 
그들을 위해 난 오늘도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고있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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