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스레딕] 이름을 지어서도 불러서도 존재하지도 않아야 할 것 - 2편
날짜 : 2017-08-10 (목) 13:04 조회 : 75 신고

늘 그렇듯 나는 그날 밤도 그것과 씨름해야 했고 그것은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 위해 
고민이라도 하는듯 별 해괴한 방법으로 밤을 괴롭혔고 매번 탈진해 정신을 잃어가며 깨어나길 반복했다. 
일주일이 넘어갔을 무렵 내 모습은 마치 미라마냥 피골이 상접해졌고 
급기야 밥을 먹다가도 졸도하거나 씻다가 정신을 잃어서 머리가 깨지는 등 
여러 사건으로 심신이 많이 망가졌다. 

그럼에도 선월은 내게 질문조차 하지않았고 그저 곁에 있으면서 상처 치료나 부축 정도로 날 도왔다. 
기본적인 끼니 챙기기나 그 큰집의 청소를 도맡아 하면서도 불평하지 않았고 계속 전화가 불티나게 오는데도 
내가 따라가지 못하거나 오래 걸리는 일 같은건 거절하면서도 
병원에 가자거나 약을 지어오는 일은 전혀 없어서 난 그점이 아주 이상했고 서운하기도 했다. 

나는 점점 기억력도 없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져버려 반 바보처럼 생활을 해서 
중간 중간의 일이 거의 기억이 안나는데 그날은 선월이 처음으로 내게 질문을 한 날이라 또렷히 기억하고 있다. 
가방을 뒤져 뭔가를 꺼내서 내밀었는데 작은 환약 같은게 손마디 만한 통에 들어있는걸 물과 함께 주더니 먹으라 했다. 
무슨 약인지 물었지만 그냥 몸에 좋은거니 먹어 하며 다섯알을 손에 올려주고 난 털어넣었지. 

그리고 놀랄만한 질문을 했는데 아주 태연한 말투로 그것과 대화가 가능하냐며 
예전부터 당연히 알고있는 일이라는듯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길래 갑자기 짜증이 나서 쏘아붙였다. 
그렇게 잘알면 직접 얘기해보라고 난 대화고 뭐고 그것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이제는 지난밤 무슨 일을 겪었는지 조차 기억 안난다고 말이다 

북받혀오는 설움에 엉엉 울며 난 정말 그것이 무섭고 두렵다 언제고 그것이 날 죽일거 같아서 잠을 잘수도 없고 
스스로 죽기에는 난 아직 해보고 싶은게 너무 많다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도 
난 많이 살진 않았지만 남을 괴롭히거나 고의로 피해준적 없고 바퀴벌레 빼고는 재미로 뭘 죽여본적도 없다며 
도대체 어떤 잘못을 했길래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퍼부었다. 
사실 선월에게 화풀이 할 일은 아닌데 난 그냥 화만 내고 있었다. 그러다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는지 
제정신이 돌아왔는데 민망해져 버려서 살짝 선월의 눈치를 보았다. 
계속 듣기만 하던 선월은 작은 눈을 치켜뜨며 할 말 다 끝났으면 이젠 내가 들을 차례라고 했다. 

오늘 밤 그것과 대화를 해서 그것이 비롯된 곳이 어딘지 알아야 한다고 
그동안 충분히 내 양기를 먹었으니 사념 덩어리 같은 온전치 못한 그릇이 형체가 잡혔을거라며 
아마도 내 의식으로 대화하고자 한다면 거절하진 않을거라고 했다 
하지만 계속 피한다면 빙의 같은걸로 육체를 얻고 이런 판타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양기만 쪽 빨려서 빈껍데기로 죽을거라고 그럼 구천을 떠돌 에너지 조차 남지않고 그냥 그게 끝이던지 
아니면 아귀처럼 다른 양기를 찾아 굶주리며 배회하던지 둘중 하나 고르면 된다고 
자세한 이야기는 오늘밤이 지나야만 해줄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말고 시키는데로 하라고 했다. 

그렇게 선월과 얘기가 끝나고 잠시 같이 외출 좀 하자기에 간만에 집 밖에 나가 바람도 좀 쐴겸 나갔다. 
이것저것 장을 좀보고 선월의 집으로 갔는데 여전히 역한 향냄새는 그대로 였다. 
선월은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나오질 않았는데 꽤 오래 비워둔 집 치고는 깨끗해서 신기했다. 
선월이 나왔고 집이 깨끗하다 하니 신당도 있고 해서 계속 방치할수 없으니 아침마다 짬을 내서 손질하고 가곤했다고 
난 한낮이 되서야 일어나니 몰랐을거라며 별탈없이 자고있는지 확인하고 나갔으니 아줌마한테는 이르지마라 하며 
능청스럽게 굴기에 난 맨입으로는 그럴수 없다 했더니 농담도 하고 살만한가보다고 해서 칫 하고 웃었는데 
생각해보니 몸이 한결 가볍고 늘 짓누르던 피로도 없어서 그런지 머리가 맑고 개운한듯 했다. 

그런 선월도 평소와 달리 무뚝뚝하지도 않고 웃기도해서 나도 한결 마음이 편했다. 
돈 벌 일도 못하고 그곳에 갇혀 내 뒤치닥거리만 해와서 비록 아줌마의 부탁이였다 해도 
엄연히 내 문제이기에 늘 미안했거든. 볼일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날씨가 춥다며 옷도 사주고 붕어빵도 사주며 
오빠같이 살뜰하게 챙겨주기에 예쁨받지 못한 외동딸로 살아와서 그런지 그런 배려에 
내 형제가 있었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감정도 잠시 싸늘한 밤공기가 귀 밑을 훑고 지나갔을때 내 삶의 제 2의 시작점이 될 오늘밤에 대한 생각이 
숨이 가빠오게 만들었다. 걱정되냐며 어깨에 손을 올리던 선월이 날 보며 작게 말했다. 
널 지켜줄 사람들은 많다. 우.리.가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 

코 끝으로 확 들어오는 찬기에 잠에서 살짝 깼다. 이불을 아무리 뒤집어써도 으슬으슬 떨리는 추위때문에 
비몽사몽으로 가늘게 눈을 떴어 숨을 쉴때마다 입김이 날 정도로 방공기가 너무 싸늘했다. 
오늘밤은 유난히 춥구나 아직 한겨울도 아닌데 이정도로 춥다니 이번 겨울은 엄청 길려나보다 하고 몸을 뒤척였는데 
갑자기 침대가 으르렁 대며 떨렸다. 

침대와 같이 내 몸도 떨렸는데 추위에 떠는 정도로 이정도로 흔들리나 싶어 의아하던 차에 
점점 더 심해지는 진동에 놀래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순간 침대 귀퉁이 모서리에 서서 빤히 바라보는 그것과 눈이 마주쳤어 그것은 엷은 미소를 띄며 날 바라봤는데 
언제부터 달려있던건지 그 퀭한 구멍을 대신해 윤기없는 바둑돌 같은 눈 같은것이 달려있었다 
흰자조차 없는 그 새카만 눈이 마치 연옥으로 가는 문 같았다 

매일 마주하는 것이겠지만 도통 그 두려움은 사그러들질 않았다. 오히려 더 공포감은 가중될뿐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억지로 입을 열었다. 왜 나여야만 하는지 어디에서 온건지.. 
그것은 말없이 가만히 날 내려다 볼 뿐이였는데도 중압감 같은게 느껴졌고 마지막 정신줄만 겨우 잡고 있을뿐이였다. 
그것은 슬며시 손을 뻗었는데 가늘고 긴 그림자가 내쪽으로 길게 늘어져왔다. 

이마에 순간 찬기가 스며들더니 극심한 추위가 온몸으로 퍼졌다. 귀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점점 커지는 소음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난 꿈을 꾸는건지 어딘가에 홀로 서 있을뿐이었고 
주위를 온통 둘러보아도 컴컴한 암흑뿐이었다. 
순간 달칵 하는 소리 같은게 났는데 주위가 밝아지면서 보인건 예전 살던 반지하 집 방안이였다. 

조심스럽게 어둠에서 나와 뒤를 돌아보자 이상하게도 내가 나온곳은 장롱안이였다. 
주방에서 달그닥 대는 소리가 나서 그쪽으로 가보았는데 믿기지 않게 그곳엔 엄마가 서있었다. 
엄마 언제 돌아온거야? 나 지금까지 꿈을 꾼걸까? 
혼란스러움을 잠시 뒤로하고 엄마! 하고 부르며 손을 뻗었다. 

그런데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것처럼 엄마는 설거지를 멈추지 않았고 내 입에서 탄식이 나올때쯤 
현관으로 내가? 걸어 들어왔다. 내가...? 또 다른 내가 엄마에게 학교 다녀왔어 오늘 점심은 뭐야 하고 웃는데 
'우리 스레주 좋아하는 된장찌개 ' 하고 엄마가 방긋 웃었다. 
방에 들어온 나는 엄마! 장롱 새거야! 라고 했는데 낯이 익는 광경이였다. 
그건 엄마가 집을 나가기 두달전쯤 보험회사에 같이 다니던 팀장 아줌마네서 얻어온 장롱이였다. 

그때 엄마가 말하길 그 아줌마네 동생이 쓰던 장농인데 산지 몇달도 안되서 돌아가셨다고. 
지병이 있어서 계속 아파하셨는데 그분 남편이 이제껏 제대로 된 살림살이 한번 못사봤다고 한탄하던 
아줌마 동생에게 선물한 장롱인데 얼마 쓰지도 못하고 돌아가셔서 보고있으면 맘 아프다고 버리겠다는걸 
새건데 아깝다고 엄마 생각이 나서 연락해서 줬다고 했었어. 

우리집엔 내가 태어날때부터 쓰던 오래된 장롱이 있었는데 아빠라는 인간이 술 처먹고 열 받는다고 
주먹으로 쾅 때려서 문이 푹 쪼개져 들어간걸 스티커 붙여서 몇년째 쓰고있었거든 
나는 너무 잘됬다고 신나했는데 엄마가 그 집 아줌마가 담배를 많이 펴서 장농이 닦아도 닦아도 누렇다고 
나보고 좀 닦아놓으라고 해서 열심히 닦아대고 차곡차곡 이불과 몇벌 안되는 옷을 예쁘게 개서 넣었다. 
그 상황이 그대로 내 눈 앞에서 벌어졌다. 내가 겪었던 그 상황이 토시하나 안틀리고... 

그래 내가 나를 보고있었다. 그게 꿈이란걸 알쯤에도 그 상황의 나는 계속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어 
좋은 장롱이라 서랍장에도 레일이 달려있어서 안무겁게 잘 열린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었는데 
그걸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따끈한 밥상을 들고 들어온 엄마는 된장찌개에 조기를 찢어주며 
토요일인데 우리 단둘이 데이트 하러 갔다올까? 하곤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생생한지 
난 그 자리에서 너무 행복해 눈물이 났다. 그리고 그 꿈에서 영원히 깨고 싶지않았다. 
난 아직 엄마품이 그리울 열네살 소녀였으니까.. 
스레주야! 하고 날보고 밝게 웃어줬다 엄마는 과거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나를 보고 ..스레주야! 스레주야!!!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눈 주위는 축축했고 내 눈 앞엔 선월이 있었다. 
한참을 깨워도 안일어나서 걱정했다며 꿀밤을 쥐어박았다. 나는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엉엉 하고 아주 크게... 
평소답지 않게 당황한 선월은 꿀밤때문에 내가 우는줄 알고 연거푸 사과 했다. 
하지만 내 통곡의 의미는 당연히 그게 아니였다.. 

아 보고싶은 어머니..내 엄마! 지금은 어디에 계시는지..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너무 그립다. 
엄마! 하고 한번만 불러보았으면... 

나는 깨작깨작 밥알을 세고 있었다. 선월의 고집에 억지로 식탁에 앉았지만 아직도 그 감정의 여운이 가시질 않아 
훌쩍거리고 있었으니까 밥을 먹는둥 마는둥 뒤적거리다 국만 두어번 떠먹곤 일어났다. 
소파에 앉아 티비를 괜히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데 선월이 갈아낸 딸기를 주며 이모 모레 돌아오신다 하고 
얘기를 꺼냈다. 이모라함은 아줌마를 말하는것 같아서 아 하고 짧게 대답했어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선월이 아줌마와의 첫대면을 말했는데 아줌마의 신병을 제일 먼저 안게 선월이라고 했다. 
선월은 십대에 신을 모셨는데 그쪽에서 꽤나 명성이 있었나보다. 다 죽어가는 동생을 위해 아줌마의 친정오빠가 
선월을 데려왔고 신병을 고치고 집안을 세울려면 신내림을 받아라 하니 
아줌마가 욕을하며 선월을 내쫒았는데 선월은 아줌마의 고집도 고집이지만 걱정이 많이 되었다고 

그렇게 그 집에 들락거리며 신내림을 종용하고 어르고 달래고 협박도 해보고 별수를 다 써도 
아줌마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지만 잦은 왕래로 정이 들었는지 친정오빠의 사례금 보다 더 많이 신경쓰고 
보살피고 하면서 지금까지 친구역활로 오랜시간 지내왔다고 
아줌마가 성격은 까칠하지만 한번 인연이 된 사람은 쉽게 보지않는다며 
논산에 간것도 장군 모시는 선월의 신어머니께 간거라고 그 의미를 알겠냐 내게 묻길래 
난 앞서했던 말들도 이해를 못했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월은 아줌마가 그토록 증오하던 신내림을 나 때문에 받으러 가셨다고 했다.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왜 하필 나같은것 때문에 얼마나 안 사이라고 날 위해 그분이 희생하셔야 하냐니까 
그게 아줌마의 의지니 미안해할 필요없다 그저 모르는척 하라고 했다. 
그런 사실을 알면 내가 당연히 거부할거니 비밀로 하라 하셨지만 선월은 내가 알고있는게 
앞으로의 일에도 좋을거 같아 얘기했다 한다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난 그 많은 일을 겪은것도 이런 빼박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진것도 어린 나에게는 
견딜수 없는 시련같았다. 왠지 돌아오는 아줌마 얼굴을 똑바로 볼수 없을거 같아서 하루하루가 지나 
아줌마가 돌아올 날이 될때까지 신경을 너무 써서 설잠을 자야했고 
그것과의 사투로도 굉장히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아줌마가 돌아왔다. 
보자마자 이년아 잘있었냐 하고 웃으며 볼을 잡아당기는데 어쩔수 없이 억지웃음을 지었다. 
신내림 받느라 힘들었는지 얼굴이 좀 푸석푸석해 보였지만 그 세파에 찌들은 얼굴이 뭔가 매끈하고 빛이 나는게 
뭔가 고통이 덜어진 느낌이라 얼굴이 더 좋아진것 같았다. 
아마도 수년간 몸안의 것이 어지간히도 괴롭혔을테지. 
같이 지낸동안 이상한 행동같은건 한번도 안보여줬지만 난 아줌마가 힘들어한다는걸 느꼈으니까 

아줌마는 혼자 온게 아니였다. 새하얀 백발을 쪽을 지고 연한 옥색 한복을 입은 노파와 50대 중반정도 되보이는 
중년여자와 함께였다. 선월이 어머니 오셨냐며 맨발로 뛰쳐나가 짐을 받고는 팔을 끌어 집안으로 모셨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른이니 인사를 하려 앞에 가 섰는데 노파와 눈이 마주친순간 이상하게도 가슴이 요동쳤다. 
아줌마는 쨉도 안될 정도의 중압감이였는데 눈매가 번뜩이는게 마치 호랑이 같았고 
백발까지 선해서 그런지 꼭 산신 같은 느낌이랄까. 

어렵사리 인사를 했는데 나 같은건 하찮다는듯이 그냥 가버렸다. 선월은 자기가 더 무안했는지 애써 웃으며 
어머니가 좀 애들하고는 영 안친하셔서 하고 웃더니 귓속말로 저분이 아줌마와 자기의 신어머니라고 
장군을 몸에 담아 다니신다더니 포스가 진짜 남달랐다. 
중년부인은 제자라고 했는데 같이 있는동안 단 한마디도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서 아마도 벙어리라 추측해본다. 

아줌마는 뜬금없이 선월과 바람이나 좀 쐬고 오라고 했는데 
선월은 아무 질문없이 내 손을 잡고 나가자는 눈짓을 했다. 그렇게 따라나가 다 저녁때 돌아왔는데 
현관을 열자마자 역한 향냄새가.. 선월에 집에 늘 가면 나던 냄새가 났다. 
킁킁거리며 이리저리 둘러보는 날보고 선월이 그랬다. 
아줌마 신당때문이라고 그걸 도우려고 신어머니랑 두분 같이 오신거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들으니 진짜 실감이 났다. 아줌마가 이제 무당이구나 정말 무당이 됬구나 하고.. 
아줌마 방에서 뭔가 시끌시끌 소리가 나더니 세분이 나오셨다. 

편의상 신어머니는 장군할머니 중년여자는 제자라고 하겠다. 
장군할머니와 제자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기도때문에 가봐야한다며 채비를 하셨다. 선월이 피곤한 아줌말 대신해 
할머니들을 터미널까지 모셔드리기로 했다. 선월은 바로 집으로 갈거라며 짐을 챙겼고 
그사이 할머니가 아줌마에게 당부 같은걸 하고 있었다. 인사는 해야 할것같아 현관에서 배웅하려 하니 
갑자기 날 매섭게 돌아본 장군할머니는 등짝을 쎄게 쳤다. 

순간 아픈 느낌보다 잠시 어질하더니 컥 소리와 함께 앞으로 코꾸라졌다. 제자는 날 일으켜 부축하였고 
어리벙벙한 눈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어린것이 짠하다 나머지는 너희 몫이다 하고 돌아섰다. 
뭔진 몰라도 배웅 인사는 해야 할것같아 대문까지 쫒아가 인사하고 돌아오는 길 
희안하게도 개들이 날보고 짖질 않았어. 그땐 그게 우연이라 생각했다. 

아줌마가 물 좀 달라하기에 갔다주고 소파에 앉아서는 그동안 어땠냐 묻기에 그것에게 시달린 이야기부터 
꿈 얘기까지 빠짐없이 얘기했다. 그게 전부냐 혹시 꿈에서 그것을 보았냐 뭔가 미심쩍은건 없었냐 묻기에 
아니라고 했더니 순간 아줌마 눈이 번뜩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피곤하니 내일 얘기하자며 방으로 들어갔고 나도 긴장이 풀렸는지 잠이 쏟아져서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아줌마의 말을 곱씹어 보았지만 난 도통 뭘 놓친건지 뭐가 잘못된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는데 그날은 이 집에 온 후 두번째로 그것에게 시달림을 당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꿈을 꿨어. 
내 방 창가에 키가 작고 여리여리한 여자아이가 서있었는데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날 돌아봤다. 
하얗고 예쁜 아이였어. 날보고 씨익 웃더니 손을 내밀어 창밖을 가리켰어 

그곳은 그 집의 정원이 그대로 보였는데 어느새 그 애는 그곳에 가 있었다. 제일 큰나무 밑에 서서는 날 향해 
크게 손을 흔들더니 서서히 모습이 사라져 갔어. 이상하게도 그상황이 무섭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였다. 
그렇게 잠에서 깨니 동틀무렵이였고 이왕깬거 아침이라도 준비하자 싶어 주방으로 갔다. 
서툰 솜씨라도 내가 받은 그 은혜, 미안함 갚을 마음에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깟걸로 어림도 없지만 할수있는 선에서 뭐든 도움이 되야 내 마음이 조금 편할것 같았으니까 

아줌마는 아직 안일어난듯 했다. 일어나 마실 물 한잔을 들고 아침을 같이 먹고 싶은 마음에 노크를 했는데 
인기척이 없어 살짝 문을 열었다. 어두운 방안 그곳을 밝히는 등과 초들 무시무시한 그림이 그려진 
벽화와 무구들 그녀가 진짜 무당이라는게 실감났다. 순간 등 뒤에서 불호령이 떨어지고 
방을 엿본게 매우 불쾌했는지 혼을냈다. 그렇게 화내는것도 처음봤지만 서운한 마음도 들어 눈물이 찔끔났다. 
그래도 내 잘못이니 사과드리고 식사드시라 하곤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아줌마가 들어왔다. 아깐 미안했다며 요즘 예민해서 그런것 같다고 했어. 
그러면서 신당이 있는 이유는 이제는 선월 같은 무당이 된것 친가쪽의 조상신을 모시는 만신이 된것 
삼산돌기? (라고 했던가 부모님쪽 뿌리 본인 뿌리의 고향을 찾아 조상을 받고 
뭐 그런거라는데 잘 기억이 안남)며 내림까지 하는데 며칠이 걸렸고 나머지는 장군할머니께 신령님 모시는 방법등 
무속인으로써의 자세를 배우고 산에 들어가 기도하고 뭐 그런것을 하느라 이십여일 걸렸다며 
집에 돌아오니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리기도 하고 나에게 얘기할 준비가 안되있는 상황에서 내가 몰래 엿본게 
좀 당황스럽다 보니 화를 낸거같다며 오히려 사과했다. 그런 그녀를 보니 더 미안해졌어 다 알고있었지만 
본인 입으로 나에게 그 말을 하는게 더 가슴 아팠다. 난 조심스레 용기를 내서 말했다. 
어째서 갑자기 내림을 받으신건지 그 이유 알아도 되겠냐고 말이야 

아줌마는 잠시 놀란것같더니 다 알고있었냐는 표정으로 숨김없이 얘기해주마 했다. 
나를 만나기 며칠전 꿈을 꿨는데 작은 나비가 하나 집으로 날아들더란다 나비는 날개가 반쯤 꺾여서 버둥대며 
아줌마 발 앞으로 떨어지길래 조심스럽게 들어 손바닥에 올려놨더니 금새 날개가 펴지며 날아가더라고 
나비가 가는걸 한참 올려다보고 있는데 그토록 보고싶어도 단한번도 꿈에 나오지않던 죽은 딸이 앞에 서있었데. 

말없이 미소만 짓고 있길래 너무 기뻐 안아보려 하니 사라졌고 잠에서 깼는데 
뭔가 범상치 않은 꿈이라고 생각했다 한다 그러고 며칠후 뭐에 끌리듯 목욕탕에 갔고 거기서 나를 만나게 된거라고. 
처음엔 내 모습을 얼핏보고는 그녀처럼 기구한 운명인지 알았는데 전혀 영에 밝은 타입이 아닌데다 
그것의 기세가 굉장해서 분명 원혼귀라 생각했는데 
몸안의 울림도 같은 생각이였는지 쉴세없이 곧 죽겠다 라고 되뇌였다고.. 

기도 굉장히 약해서 거의 그것의 아우라로 덮여있어 한눈에 봐도 위태위태한 상황이였는데도 
생각보다 내 경계가 심해서 어짜피 필연이면 분명 다시 만날거라는 생각에 보냈는데 
몇시간도 채 되지않아 만나는거보니 니가 나비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데.. 
내가 생각보다 순순히 따라와줘서 어찌 집에 데려오긴 했는데 그녀도 앞으로 어째야할지 난감했다고.. 

그리고 그날밤 꿈에 딸이 나와서는 우는 그녀를 가만히 보더니 자기가 죽은건 명이 다해서 간거니 
그만 슬퍼하라며 달래더란다.. 억울하게 요절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평온한 모습에 계속 슬퍼하고 힘들어해서 
딸이 극락왕생 하지 못했던거 같아 이제 그만 힘들겠다 다짐했단다. 
딸은 아주 행복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응원했고 주먹쥔 손으로 뭔갈 건내주었는데 그때의 나비였다고 
엄마가 지켜줘야해 그래야 우리의 업이 풀리는거야 라는 말을 남기곤 잠에서 깼다고해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습한 기운과 악취 같은게 나서 헐레벌떡 내 방으로 달려왔는데 나는 몸이 얼어붙어 있었고 
그것이 모습을 본 순간 내 몸에서 분리되서 나온 모습은 엄청나게 큰 머리카락 뭉치처럼 생긴 원귀였는데 
꽤나 양기를 먹어서 그런지 힘이 대단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모습이 갖춰지진 않아 
적당히 쫒을수는 있었다고.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이고 정식으로 제를 지내거나 구명시식이라는걸 하기에는 그녀가 역부족이여서 
제대로 만신이 되질 않으면 도울수가 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결정을 할수밖에 없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딸의 의지가 한몫 한거지 
내가 불쌍해서 그녀의 인생을 바꾼건 아니니 부담갖거나 미안해하지 말라고 했다. 
딸의 말처럼 얽힌 업을 풀기 위해서니까.. 

순간 내 머릿속은 스친건 지난밤 꿈에 나온 하얗고 여리여리한 소녀의 모습이였다. 아줌마에게 꿈 얘기를 하며 
혹시 딸의 모습이 이러이러하냐 하니 거의 흡사하다고 했다. 
살아생전에도 많이 먹여도 살이 안찌고 몸이 약해서 늘 걱정이여서 불면 날아갈까 화초처럼 키웠다고 
항상 하얗고 매끈한 얼굴로 엄마하고 뛰어와 안기곤 했는데 
한팔에 쏘옥 들어올정도 였다고 하는 그녀의 두눈이 축축하게 젖었다. 

보지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했던 아줌마의 딸이 어째서 인지 모르지만 날 도와준다고 하는게 이상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는데 나이가 어려서 그땐 아줌마의 말도 다 이해하지 못했었고 이런 상황들이 신기하고 
내가 마치 소설의 주인공이라도 된듯한 느낌에 잠시 넋이 나가 있었던것 같다. 
도대체 그 업이란게 무엇인지 지금도 나는 모른다. 
전혀 연고도 없는 사람들끼리 인연과 필연이라는걸로 얽혀 사는것도 신기할 뿐이고 

정오가 다됬고 선월이 왔다. 그녀와 나는 얘기를 나눈후로 묘하게 더 돈독해졌고 선월은 비상한 눈치로 
우리의 얘기가 오갔다는걸 알고있는다는듯 싸인을 보냈다. 
아줌마는 신당 관리로 분주했지만 절대 나에게 심부름이나 도움을 청하지 않았기에 선월과 나는 방해될까 싶어 
장이라도 볼겸 외출했다. 가는길에 지난밤 그것을 못보고 아줌마의 딸에 관한 꿈을 꿨다 얘기하니 
장군할머니의 도움이 크다 라고 했다. 
그 할머니의 호령 한마디면 왠만한 영가는 벌벌 떨 정도로 무서운 장군님을 모시는데 
잔챙이들은 위협 한번으로도 떨어져 나가는데 나 같은 경우는 의식 없이는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도움줄수 있는건 
아줌마와 내가 준비될때까지 힘을 빼놓는것 뿐이라고 아마 며칠은 잠 잘 잘거라며 웃었다. 
지금도 그때도 무속이라는것은 이해가 도통 되질않는 어려운것이다 
역시 그속까지 알려면 직접 무속인이 되는 수밖에. 


선월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반가운 사람을 만났어. 마침 선월의 집에 가던 그 술집 언니였지. 
한참 선월과 얘기를 하더니 자그만 보따리를 주고 돌아가길래 무슨일이냐 물었더니 
심드렁한 얼굴로 가게 다시 잘된다고.. 한군데 더 확장해서 떡이랑 음식한거 주려고 왔다고 하더라. 
선월은 내 생각보다 더 영험한거 같았어.. 
그나저나 그 언니는 뭐하러 이 먼곳까지 왔을까 생각했는데 아마도 선월을 좋아하는것 같았다. 
몇번 못봤지만 하는 행동이며 말투며 그런곳에서 일을 하니 그럴수도 있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이라는게 있으니까 
그걸 얘기했더니 선월이 펄쩍 뛰며 그런 소리 하지말라고 총총걸음으로 가버리더라. 
궁금해졌어 선월의 과거 그리고 현재 그 박수무당의 삶이.. 그에게 물었어 
선월! 무속인의 삶이란 어떤거야? 느린걸음으로 걷더니 그는 얘기했어 

'그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은 없어 다만 벼랑 끝까지 몰려서 더 이상 견딜수가 없을때 죽는것과 바꾼 삶이랄까 
죽기 아니면 신내림 둘중 하나였으니까 나만 아프면 되는데.. 내가 꼼짝하지 않으면 내 주위 사람들이 다쳐 
그렇게 동요를 이끌어내는거야 굴복 할수있도록' 

난 좀 부끄러워졌어. 난 이렇게 아줌마와 딸 선월 등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받고 있는데도 
그것과 마주칠때면 고통이 끝날수있게 죽게해달라 기도했는데 선월은 그 어린 나이에 도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친어머니가 직접 장군할머니에게 보낼 정도였으니 그 상처가 이루 말 할수있었을까 
나 같은건 감히 말도 꺼낼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선월은 그때의 선택에 더이상 후회는 없다며 지금은 예쁜 선녀님과 같이 사니 더 좋다고 했어. 

선월에게 여자친구는 없었냐니까 무속인은 평생 혼자 살아야해 일종의 계약 같은거거든 
내가 신령님과 쭉 같이 살기로 했으니까 바람피면 안되는거야 
그래서 무당인데도 행실이 천하고 기도도 주기적으로 드리지 않으면 영이 탁해져서 무당의 제 구실을 못하고 
몸도 마음도 망가지게 된다고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무당이 많이 없는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영이 탁해 제대로 볼줄도 모르면서 나처럼 원귀나 잡귀 같은게 붙은 사람에게 구명의식을 해야함에도 
신령으로 둔갑시켜 내림굿을 종용하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된 내림굿도 아니고 상차림만 해서 북만 두드리니 
온천지 잡귀가 다 붙어서 또 다른 선무당을 만들어내니 
신어매도 제자도 다 하나같이 돈에 눈먼 사이비가 되는거라며 열변을 토했어. 
그런 얘기를 쭉 듣다보니 좀 무서워졌다. 내가 만약 계속 우리집에서 살았다면 어떻게 됬을까. 
분명 목사님의 안수기도 같은걸로 사탄을 내쫒는다며 어디 산속에서 감금 당하거나 
(할머니의 교회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아님 아줌마와 선월처럼 좋은 사람들을 못만나게 되서 선무당이 됬거나... 

선월이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우린 전생에 분명 인연이였을거야 내가 분명 선월과 아줌마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을거라고 그걸 갚기위해 억겁의 시간을 거쳐 여기까지 온거라고 말야.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설명 할수없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니 그 말이 일리도 있다고 생각됬어. 
선월에게 그럼 내 인생도 점 쳐줄수 있냐고 물었어.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넌 아직 어리니까 그럴 필요없어 라고 했다. 
그러면서 너말야 돈 많아? 내 복채는 비싼데 하길래 내가 돈이 어딨어! 하니 
그럼 더더욱 안되겠네~ 하고 농을 치더니 깔깔 웃으면서 집으로 쑥 들어가버렸다. 
그래 맞아. 선월 난 앞으로 어떻게 될까? 평범한 학생으로 다시 돌아갈수 있을까? 

집에 오니 아줌마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어. 통화가 끝나고 우릴 불러 앉혀놓고 얘기를 시작했다. 
우선은 내 얘기를 시작했다. 난 한번 더 그것과 만나야하는데 거기서 얻은 결과로 구명의식 날짜를 정할거라고. 
아줌마의 의견으로는 그 장농이 문제라고 했다. 
요절해 죽은 이의 물건을 아무런 조치도 없이 가져오면 그 물건에 붙어있는 영가도 따라오는데 
아마도 엄마가 큰 실수를 한것 같다고 
내 생각에도 엄마는 크리스찬이다 보니 미신 같은거엔 콧방귀도 안뀌었다. 당연히 조치 같은건 안봐도 비디오겠지 
그런데 문제는 엄마도 아닌 나에게 붙었다는거고 
교회에서 있던 일 전에는 나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것도 이상하다고 말야. 
그러니 그 원인을 알면 도움이 많이 될테니 힘들더라도 한번 더 시도해 보자고 했어. 
당분간은 장군할머니 덕에 세력이 좀 약해졌으니 빠른 시일내에 끝내야 한다고 
나도 체력을 좀 키워놔야 그것과 싸우는것도 앞으로의 의식에 버틸수도 있을거라며 말했어. 
그리곤 선월에게 몇장의 부적을 건냈다. 

내 방만 빼고 여기저기 부적을 붙였는데 그것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걸 막기위함이라고 
가뜩이나 아줌마의 신령님이 그것때문에 심기가 많이 불편한데 
의식 치루기도 전에 그것과 싸움이 나서 꽁꽁 숨어버리기라도 하면 장기전이 될거같아서 붙이는거라 했다. 
내가 아는건 그것도 다 알게되는거니 몰래 일을 처리해야하지만 
어짜피 장군할머니 덕에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서 약이 바짝 올라있을테니 
조만간 모습을 들어낼거라고도 말했다. 
어짜피 난 들어도 잘 모르니 그냥 시키는 데로만 하면 됬고 그것과 만나야하는게 두렵고 떨렸지만 
전처럼 나약한 마음은 들지않았다. 내 주위엔 날 지켜주는 두분 아니 셋이 있으니까 말이다. 

며칠이 지난 밤이였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감기 기운이 들어서 골골거렸더니 선월이 약을 사다주고 갔어. 
잘 채비를 하고 약을 먹고 잤는데 잠깐 잤을까 너무 추워서 약 기운이 든 몽롱한 상태로 눈을 떴는데 
내 머리맡에 그게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게 느껴졌는데 약 때문인지 몸에 힘이 안들어가져서 일어나질 못했다. 
그것이 머리를 쓰다듬는데 머리가 마구 울렸고 앙상한 손이 팔을 스치니 팔이 쪼개지는것 같았다. 
그렇게 온몸 구석구석을 터치하며 고통을 줬는데 겨우 떨어지는 입으로 외쳤어. 
난 니가 두렵지않아. 어떻게든 니가 온곳으로 돌아가게 만들겠다 라고 악을 썼어. 
그것이 조금씩 동요하는게 느껴졌어. 
갑자기 그것이 내 얼굴에 그 더러운 얼굴을 비벼대며 가래 끓는듯한 저음으로 얘기했어. 
내 이름을 찾아줘.. 그리고 불러줘.. 그럼 니가 가장 필요한걸 돌려줄게.. 

온몸에 소름이 돋고 그것이 얼굴을 부빌때마다 얼굴에 뭐가 기어가는듯 했다. 악취는 말할것도 없었고.. 
그것의 얼굴이 뚝뚝 떨어지며 내 얼굴에서 떨어졌는데 너무나도 끔찍했어. 
빌어먹게도 터져나오는 눈물때문에 내가 두려워 한다는걸 들켜버렸다.. 그것이 킬킬 대고 웃더니 
다시 얼굴을 들이대고 귀에 속삭였다. 

쭈그렁 할미가 원하는게 내 본모습이니 보여주마. 그대로 전해줘라. 너로 비롯되었으니 너와 같이 가겠다고 
눈 앞에서 엄청난 속도의 주마등이 지나갔다. 마치 영화필름을 돌리듯이. 
굉장히 빠른 속도의 영상이였던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것 같았어. 
그래서 지금도 일일히 다 기억난다. 
(내가 본것은 슬라이드처럼 지나가는 무성영화 같았는데 읽기 좋게 풀이해서 쓸게) 

그곳엔 내가 있고 그것이 있고 또 다른 내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것은 내 삶이 아니였는데 
다른사람의 삶인데도 마치 내가 겪은 일마냥 머릿속에 박히더라. 
우린 단란한 세식구였어. 남편과 나 다 큰 아들 하나. 
생일이였는지 케잌에 불을 껐고 아들이 선물을 내밀었다. 
작은 선물상자에서 꺼낸건 열쇠고리였는데 아주 낯익은 거였어. 
난 아주 행복하게 웃었어 
순간 원래의 난 뭔가 깨달았지 내가 놓친게 무언지 뭘 잘못했는지 어째서 그것이 나에게 온것인지 
갑자기 그것이 소름끼치게 웃었다. 

내가 깨달았다는거에 대해 매우 즐겁다는듯이 그 문드러진 입으로 크게 웃으며 얘기했어. 
'내 이름을!!!!!!!!!!!' 난 뭐에 홀린듯 이름을 얘기했어. '박순자' (이름은 가명임) 

순간 몸이 붕뜨는 느낌이였는데 그뒤론 기억이 안나고 깨어났다.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나갔는데 
거실에 발을 딛자 마자 구역질이 확 나더니 오바이트를 했어 
너무 놀라서 벙쪄있다가 치워야겠어서 휴지를 가지러 탁자로 가는 한걸음에 
또 머리가 빙빙 돌면서 구역질이 나는데 한발자국도 못움직이겠드라. 결국은 방 문에 기대서 겨우 앉아있는데 
아줌마가 나와서 내 몰골을 보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셨다.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디디는게야!' 라고 소리를 쳤는데 마치 노파의 목소리였다. 그리고나서의 기억은 없다. 

내가 눈을 떴을땐 선월과 아줌마가 걱정스러운 얼굴도 보고있었는데 일어나니 두통도 엄청 심하고 
온몸이 다 아파서 마치 심하게 급체한것 같은 느낌이였는데 
내 몸상태는 안중에도 없다는듯이 선월이 지난밤 일을 다급하게 물었어. 
어쨋든 난 그 일을 기억나는 선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선월이 그 이름이 누구의 이름이냐 묻길래. 
사실 그 이름의 주인공은 모르는데 그 꿈에서 나온 그 여자의 이름 같다고 
그것이 이름을 부르라길래 정말 자연스럽게 부르게 되었다니까 
선월은 정색한 표정이였고 아줌마는 한숨을 푹쉬었어. 

내가 뭔가 큰 실수를 한걸까 생각했는데 그럼 그 열쇠고리는 뭔지 묻길래 있었던 일을 얘기했어. 
엄마가 나간후 남겨진 옷가지의 체취로 엄마를 대신했어. 아직까진 냄새가 남아있었으니까. 
그러다 그 모습을 아빠한테 들켰는데 집 나간 엄마를 욕하면서 주정을 부리길래 
너무 화가나서 엄마가 나간건 다 아빠가 남긴 빚때문이라고 대들었다가 기절할때까지 벨트로 맞았어. 
맞다 깨길 반복했는데 다 불태운다고 난리를 피더니 옷을 가지고 나가버리더라. 

장롱에 남은건 옷걸이 뿐이였어. 화가나서 서럽게 울다가 혹시라도 남은게 있을까 싶어 여기저기 뒤지던중에 
장롱 맨밑 작은 서랍장 안에 검은 벨벳 원단으로 돌돌 말린 작은걸 발견했는데 
그걸 열어보니 열쇠고리가 있었고 꿈에서 본 그거였다. 
달걀모양 공에 작은 보석 알갱이들이 색색으로 박혀있는 장신구였는데 난 당연히 엄마의 것이라 생각했고 
매일 가지고 다녔다. 집에 놔두면 아빠가 또 버릴것도 같고 예쁜게 맘에 쏙 들어서 지갑에 매달고 다녔는데 
지갑을 안가지고 다니는 날이 많아서 열쇠에다 같이 매달아서 벨트고리에 매고 다녔거든 

교회 안채에서 깨어난후 학교를 갔는데 장신구만 쏙 빠진채 고리만 달랑대고 있어서 기억을 더듬다 보니 
그것을 보기 전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던게 기억이 나서 교회에 며칠 머무는동안 이리저리 묻고 찾았는데 
사무실에서 일하는 청년부 언니가 지하실에서 장신구를 보았고 다 깨져버려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하길래 
처음엔 엄마라도 잃은냥 슬퍼했다가 장신구에 큰 의미 부여해서 가뜩이라 피곤한 삶 
스스로 더 힘들게 만들지 말자 싶어 그동안 잊고있었다. 
근데 그게 꿈에 나온걸보면 엄마의 것이 아닌것 같다 라고 쭉 얘기했더니 
아줌마가 혀를 끌끌차며 이제 알겠다는듯이 얘기했다. 

그 장신구의 주인이 그 꿈의 여자 즉 박순자의 것이고 
아마도 장롱의 원주인 요절한 그 여자이자 그것인것 같다고 얘기했어. 

요절한 영가는 이승의 남긴것에 대한 애착이 커서 미련때문에 머무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도 어느날 갑자기 
머물던곳이 다른곳에 가버려 객귀가 되버리니 얼떨떨 했을텐데 소중한것까지 왠놈이 가져가버리고 깨버렸으니 
화가 났을법도 한데 마침 그 장본인인 내가 허약체질에 그맘때 밥도 잘못먹고 방황하고 다녀서 
기가 쇄할데로 쇄해있으니 들러붙기 딱 좋았을거라고 
그 말을 듣고보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었어. 
가만히 듣던 선월이 한마디 거들었다. 
이름을 짓거나 불러준다는건 그것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라고 
그럼 단순히 붙어있는것만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하겠다는 의사표시기 때문에 
내 몸이 그것이 아주 씌이는걸 허락하는 일이 되버린거라 일이 아주 어렵게 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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