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단편소설] 소금인간
날짜 : 2017-08-06 (일) 23:55 조회 : 56 신고

한 남자가 왕에게 편지를 썼다.

 "친애하는 황제 폐하. 얼마 전 제가 발견한 놀라운 사실을 폐하께 고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인간의 모습을 띈, 인간이 아닌 것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처음 그들을 만난 것은 어느 겨울날 남쪽 바다에서였습니다. 이른 새벽에 저는 바닷

가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아직 어둠에 잠겨 있는 해변가였기에 저는 제가 혼자 있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흘러 어둠이 눈에 익자, 저는 한 남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남자는 제가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옷을 벗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남자

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이 되었습니다. 나체의 남자는 하늘을 우러러 뭔가를 중얼

거리더니, 갑자기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한 겨울 바다 속이 얼마나 차가운 지 잘 아는 저

는 남자를 말리러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남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다만 붉은 거

품만이, 남자가 빠진 바다 속에서 부글거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무심코 그 거품에 손가락을 

찍은 뒤 맛을 봤습니다. 그리고 그 짠맛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부들부

들 떨며 남자의 옷을 주워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머리 속으로 여러 가지 것들이 떠올랐

지만 하나 같이 입으로 내뱉기 힘든 무서운 것들뿐이었습니다. 저는 남자의 옷을 장롱 깊숙

한 곳에 숨겨 놓고 이 일을 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이 될 때까지도 저는 그 남자를 잊지 못했습니다. 호기심이 공포를 이

겼고, 저는 다시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파도 소리만 고요하게 들리는 새벽 바닷가에는 저 이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실망감을 느끼며 발걸음을 돌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검은 색의 뭔가가 모래사장에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

습니다. 그것은... 옷이었습니다. 누군가 그곳에 옷을 벗어 놓았던 것입니다. 저는 잠시 하늘

을 바라본 뒤에 바다를 바라봤습니다. 그 영원한 푸름 속에 유난히 눈에 띄는 붉은 기운이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 그 붉은 바닷물을 찍어 맛봤습니다. 어제보다 더욱 강렬한 짠맛이 제 

혀를 순간 굳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로부터 하루 종일 바닷가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충격 때문에 움직일 수도 없었거

니와, 다시 한 번 그 기괴한 인간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 또한 간절했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다시 하늘이 어두워지자 그림자 하나가 해변에 나타났습니다. 마침내 저는 

조우하게 된 것입니다. 그 붉은 거품을 만들어 내는 존재와 말입니다.

 그 남자는 눈동자에 빛이 없었습니다. 대신에 거대한 공허함이 눈동자를 대신해 열려 있었

습니다. 벌려진 입술 사이로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새어나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의 어깨를 등뒤에서 부여잡았습니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제 쪽으로 향했습니다.

 '나를 막지 마시오.'

 그리고는 엄청난 힘으로 저를 밀쳤습니다. 다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

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만 크게 소리쳐 묻는 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들은 대체 뭐 하는 자들입니까? 어찌하여 바다 속에서 녹아 없어지는 것입니까?'

 그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옷을 벗어 던지고 검은 바다 속으로 사라졌습니

다. 거품이 부글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저는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을 되뇌었습니다.

 소금인간....

 그리고 저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제가 의식을 회복하자 한 노인이 저를 근심스런 표정으로 내려보고 있었습니다. 거기는 근

처에 살고있는 한 늙은 어부의 집이었습니다. 어부의 말에 따르면 저는 이틀동안 눈을 뜨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는 물 한 잔을 권하는 어부에게 되었다고 말한 뒤, 최근 수상한 사람들

을 본 적이 없냐고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어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

다. 그리고는 최근 어획량이 줄었다느니, 갈매기들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변했다느니 하는 이

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별 생각 없이 이야기들을 한 쪽 귀로 흘리고 있었습니

다. 하지만 어부의 한 마디 말이, 흘려보내기 전에 제 머릿속에서 걸렸습니다.

 '아무래도 바닷물이 점점 짜지는 게 원인 같은데 말입니다...'

 저는 갑작스런 역한 기운을 느끼고 마당으로 나가 토악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길로 집

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래 생각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들이 무엇인지, 그들이 어떻게 태어

나는지 알아야만 했습니다. 저는 최소한의 짐만을 가지고 집을 나서 그들을 찾기 위한 여행

을 시작했습니다...

 

 

 

 제 여행은 길고 지루했지만, 폐하까지 그 지루함을 공유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따라서 중요

한 부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보고들은 것들을 빠짐없이 기록하며, 그들의 종적을 쫓아 

이곳저곳을 헤맸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같은 모습을 한 그들을, 사람들 사이에서 분간해내기

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며칠간 헛걸음을 한 뒤, 저는 녹초가 되어 한 마을의 여관

에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한 여자를 발견했습니다. 

 묘한 여자였습니다. 딱딱한 빵을 물이나 우유도 없이 우적우적 씹어 먹고 있는 것도 기묘

했지만, 그것보다 더 제 눈길을 끈 것은 그녀의 눈빛이었습니다. 그 깊고 공허한 눈빛은 분

명 제 기억의 한 귀퉁이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그 날의 그 눈빛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저

는 그녀에게 합석을 청했고, 그녀는 건조한 목소리로 승낙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목소리의 

떨림을 숨기며 단도직입적으로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소금인간.'

 그녀는 짧게 대답한 뒤 계속 빵을 씹어댔습니다. 

 '그렇게 먹으면 목이 메이지 않습니까? 물이라도 한 잔 갖다 드릴까요?'

 '우리에게 물은 독(毒)이오.' 

 '당신들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오. 괜찮다면 식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겠소?'

 저는 그녀가 식사를 끝낼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빵을 모두 삼킨 뒤 입을 

열었습니다.

 '묻고 싶은 게 또 있소?'

 '그렇습니다. 바다로 돌아가는 게 목적이라고 했는데... 바다에 도착해서는 뭘 어떻게 할 작

정입니까?'

 '이 몸을 바닷물에 녹이는 것이오. 그게 다요. 우리는 바다에서 태어났으니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뿐이오.'

 '당신들은 어떻게 태어난 겁니까?' 

 '우리도 알지 못하오. 우리에게 기억이란 불필요한 것이니까. 내일이 되면 나는 당신과 지

금 나누고 있는 대화도 잊을 것이오. 다만 우리가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무엇

인가와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가, 이 둘 뿐이오.' 

 제가 뭔가를 더 물으려 하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습니다.

 '나는 더 이상 대답해줄 것이 없소. 만일 우리가 무엇인지 더 알고 싶다면 북쪽으로 가보시

오.'

 말을 마친 그녀는 제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갔습니다. 

 

 

 

 저는 그녀의 말에 따라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도중에 몇 번인가 소금인간들을 만날 수 있

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녀와 똑같은 대답만을 건조하게 내뱉고는 하나 같이 바다를 향

해 떠나갔습니다. 저는 그저 북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걸음이 북으로 향하면 향할수록, 머리 속이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몸은 피로했고 정

신은 가물거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 북으로 향했습니다. 알 수 없는 의무감이 제 여행을 

재촉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저는 대륙의 북쪽 끝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

는 그곳은 제 고향과 많이 닮아있었습니다. 저는 해변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해가 저

물고, 달이 뜨고, 달이 져갔습니다.

 어느 새 한 남자가 제 곁에 서 있었습니다.

 '남쪽에서 오셨습니까?'

 남자가 제게 물었습니다. 

 '그렇소.'

 '괜찮다면 저녁식사에 초대해도 되겠습니까?'

 '좋소.'

 그는 자신의 집으로 나를 안내했다. 어둠 속이라서 몰랐지만, 집안으로 들어오니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 공허한 눈. 그도 소금인간이었던 겁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곁

에 서있는 아내와 아이들 역시 깊고 끝없이 어두운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이끌려 식탁으로 향했습니다. 말린 생선과 딱딱한 빵들이 있을 뿐, 역시 마

실 것은 없었습니다. 식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남자는 제게 말했습니다.

 '실은 저는 내일이면 남쪽을 향해 떠나야 합니다. 지름길이라든가, 위험한 길은 없는지 조

언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없소.'

 무의식중에 말이 튀어나와 버렸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불쾌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시겠죠. 오랜 시간을 걸어오셨으니 무리도 아닙니다...'

 저는 남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편히 쉬십시오.'

 '알았소.'

 귀를 통해 들리는 제 말라붙은 목소리가 불길하게 들렸습니다. 저는 의아함을 품고 남자가 

마련해준 잠자리에 몸을 눕혔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산책을 나갔습니다. 파도 소리가 쓸쓸하게 들려오는 밤이었습니다. 저는 백사장을 거

닐며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생각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기억나는 게 없었습니

다. 제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분명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남쪽 바다에서 왔다.'

 나는 어디로 향했는가?

 '나는 북쪽 바다로 향했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비로소, 저는 깨달은 것입니다. 제가 누구인지. 제가 무엇을 위해 이 북쪽까지 긴 

여행을 해왔는지를. 

 '소금인간......'

 

 

 

 

 폐하. 

 태양 아래서 수분과 함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제가 이 같은 편지를 폐하께 올릴 수 있었

던 것은, 틈틈이 기록해 오던 일기 덕분입니다. 저녁에 저를 초대했던 남자는 이미 조금 전

에 남쪽으로 떠났습니다. 저도 이제 슬슬 펜을 놓고 바다 속으로 들어갈까 합니다. 아마 폐

하께서 이 편지를 읽으실 때면 저는 이미 북쪽 바다의 붉은 거품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런 편지를 폐하께 드린 까닭은 한 가지 청이 있어서입니다. 우리가 녹아서 붉은 거

품이 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놀랄 것을 생각하면 가여워집니다.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

에 불안을 드리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청컨대, 남쪽과 북쪽의 해변가에 우리들의 존재와, 우리들의 종단 여행에 관한 이 기록을 

적은 표지판을 세워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소금인간의 존재를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궁금해하지 않게 말입니다. 

 언젠가 제가 다시 남쪽으로 여행을 떠날 때, 기억이 온전하다면 다시 편지를 올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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